세상 속에 던져진 까다롭고 빛나는 존재
【갈릴리 예수 산책】 소금과 빛 ❷
세상 속에 던져진 까다롭고 빛나는 존재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이 빛과 소금이 있는 공간에 대한 예수님의 언급이다. ‘세상’이다. 세상의 빛이요, 세상의 소금이다. 세상이라는 것이 참 기묘한 존재다. 세상이란 가만히 놔두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썩게 되어있고, 어두워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 기독교의 역사관을 보아도 그렇다. 항상 역사는 타락을 향해 나아간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에덴동산도 타락했고, 노아의 홍수로 다시 깨끗하게 씻어도 또 타락하는 것이 인간의 역사다.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엔트로피 법칙으로 설명한다. 모든 질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무질서를 향해 나아가게 되어 있다. 청소를 해 놓으면 며칠만 지나면 먼지가 쌓이고 물건이 흐트러진다. 썩은 정치를 개혁해서 새롭게 해도 30년 쯤 지나면 다시 부패한다. 세상이란 항상 밝음에서 시작하여 어둠으로 나아가고, 깨끗하게 시작하여 더러움으로 향한다. 예수님은 그걸 아셨다.
그래서 소금과 빛은 세상에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세상에 놓여져 있으면 된다. 행위가 아니라 존재이며,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다. 소금이 소금통에 있으면 안 되고 소금통 밖으로 나와야 하고, 빛은 등경 밑에 숨겨두면 안 되고 등경 위로 나와야 한다. 소금통 밖이 세상이고, 등경 위가 세상이다.
이스라엘에는 두 개의 바다가 있다. 바다 같지도 않은 바다지만, 그래도 바다라 부른다. 하나는 갈릴리 바다고, 또 다른 하나는 사해다. 갈릴리 바다는 건강한 바다다. 시리아쪽에서 들어와 요단강으로 흘러 사해로 물을 보내기 때문이다. 소통하는 바다요, 흘러가는 바다며, 넘겨주는 바다다. 반면에 사해는 받기만 하는 바다요, 줄줄 모르는 바다며, 소통이 막힌 바다다. 그래서 죽은 바다라 한다. 다른 말로 소금을 모아놓기만 하는 소금통 바다다.
흥미로운 것은 사해 옆에 사해공동체라는 것이 있었다. 이른바 쿰란공동체라고 하는 에세네파 주거지다. 에세네파는 사두개파나 바리새파와 달리 자기들이 빛의 아들들이라고 하면서 그곳에서 은둔 생활을 하며 메시아를 기다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에세네파는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세상에 들어가지 않고, 자기들만의 공동체에 갇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금과 빛에 대한 예수님 말씀은 소금은 소금통 속에 박혀 있지 말고, 빛은 등경 밑에 숨어있지 말고 나오라는 것이다. 나와서 세상 속에 비비고 앉아 있으라는 것이다. 그냥 은밀하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꾼다.
그렇다면 소금과 빛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너희가 소금이라고 하는 말은, 너희는 세상에서 매우 까다로운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과 안 맞는다. 일터에서 누가 험담이나 음담패설을 할 때, 남들은 모두 동조하고 웃을 때 동조하지 않고 웃지 못한다. 사회가 부정과 불의로 가득할 때, 살짝 돌아서 버린다. 직장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것, 사람들이 우리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그래서 때로는 불화가 일어나기도 하는 것, 이것이 소금이다. 모두가 “예” 할 때, 뜬금없지만 “아니요” 하는 그리스도인, 그 사람이 소금이다.
소금은 세상에서 볼 때, 부정적 존재이자 고독한 존재다. 드러나지도 않는 존재요, 부담스러운 존재며, 쓰라리고 찌르는 존재다. 까다로운 존재이자 거리끼는 존재다. 산상수훈이 어려운 이유다. 웬만하면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조화롭게 사는 것이 좋겠지만, 예수님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세상을 향해서 좀 까다로워라. 세상이 그렇게 돌아갈 때 아니라고 말을 하고 돌아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럼 빛은 어떤가? 빛의 말씀은 매우 적극적인 이야기다. 소금이 숨겨진 존재라면, 빛은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존재다. 빛은 숨길래야 숨길 수 없고, 가려본들 가려지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이란 세상에서 숨겨질 수 없고, 그 자체가 드러난 존재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자녀를 위해 기도할 때, 세상의 빛 같은 존재가 되어 명예를 떨치고 유명해져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하나는 알고 하나는 모르는 기도다.
빛이란 유명세를 타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에 노출되는 운명이다. 위험한 대상이 될 수 있다. 빛이란 이른바 총 맞을 수 있는 자리다. 빛은 어두운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세상을 새롭게 하는 영향력이지만, 자기가 너무 노출되어 엄청난 공격을 받거나 주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공개적으로 숨길 수가 없는 존재가 빛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는 말씀을 감상적으로 들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미 세상에서 까다롭고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다는 것, 세상에 노출되어 숨을 수 없어 언제든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 말씀이 왜 그렇게 무거운지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