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세 불가론

【갈릴리 예수산책】 산상수훈 편

맹세 불가론

또 옛 사람에게 말한 바 헛 맹세를 하지 말고 네 맹세한 것을 주께 지키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도무지 맹세하지 말지니 하늘로도 하지 말라 이는 하나님의 보좌임이요 땅으로도 하지 말라 이는 하나님의 발등상임이요 예루살렘으로도 하지 말라 이는 큰 임금의 성임이요 네 머리로도 하지 말라 이는 네가 한 터럭도 희고 검게 할 수 없음이라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마 5:33-37)

맹세란 궁색함에서 나온 거짓말

맹세는 언어의 문제다. 예수님이 “너희가 회당에서 배울 때 서기관들에게 뭘 배웠느냐 하면 헛맹세 하지 말고, 만일 맹세를 하게 되면 지켜라. 그렇게 배웠는데 나는 분명히 말하지만 절대로 맹세하지 말라.” 이렇게 이야기를 하신다. 예수님에게 있어 맹세는 곧 거짓말의 다름 아니다. 일반적으로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했고, 또 그렇게 했으면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맹세를 아예 하지 말 것을 단언적으로 말씀하신다. 십계명에 보면,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그리고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 것을 명령하고 있다. 가장 높고 권위 있는 하나님의 이름을 절대로 부르거나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오셔서 사람들을 보니까 아주 이상하게 맹세하는 걸 보셨다. “하늘의 이름을 대고 하늘을 걸고 맹세를 해”, “내가 땅을 걸고 맹세해”, “내가 성전의 이름으로 맹세해”, “내가 제단의 이름으로 맹세해.” 하나님의 이름으로는 맹세하지 않지만, 거룩하고 굉장해 보이는 자연이나 사물을 놓고 하는 맹세들이 판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이렇게 논박하신다. “하늘이 무엇이냐? 하나님의 보좌다. 땅이 무엇이냐? 그건 하나님의 발등이다. 그리고 예루살렘으로 맹세해?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성이다. 하나님과 관계되지 않은 세상의 모든 만물은 없다. 그러니까 너희가 뭘 걸고 얘기를 해도 그건 다 하나님의 것이다. 그것 또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것이고, 하나님 앞에서 내밷는 망령된 입방아가 될 뿐이다.”

그랬더니 이제는 사람들이 “내 머리를 걸고 맹세해” 라고까지 한다. 이에 예수님은 다시 반박하신다. “너의 머리? 너가 너의 말 한마디로 머리털 하나라도 희게 할 수 있어?” 물론 요즘에는 염색 능력이 좋아서 희게 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어떻게 너가 머리털의 색깔 하나도 바꾸지 못하면서 함부로 머리를 걸고 맹세를 하느냐?”는 것이다.

인간은 맹세할 수 없는 존재

예수님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말씀하시는 진짜 의도는 모든 맹세행위는 거짓말의 반복이며, 정말로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은 결코 맹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맹세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한테 공개적으로 공언하고 약속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상당한 과장법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맹세를 들어보면 최상급을 쓰고 극단적인 표현을 쓴다. 목소리도 높고 굵어진다. 맹세할 때 차분하게 하는 사람 없다. “내가 죽어도 맹세해”.

공자는 이런 말을 했다. “새는 궁하면 아무거나 쪼아 먹고, 짐승은 궁하면 사람을 해치고, 사람은 궁하면 거짓말을 한다.” 다시 말해서 맹세란 궁할 때 하는 거짓말이다. 말과 행동이 따로 놀기 때문에 말에 행동을 맞추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맹세요, 평소에 혀를 함부로 놀리는 행위가 맹세다. 그만큼 맹세란 지킬 자신이 없다는 반증이다. 오늘날 심리학에 따르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나의 현실과 소망하는 이상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메우려는 언어행위라고 본다. 그러므로 맹세의 심리 속에는 거짓을 포장하려는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숨어있음을 예수님은 간파하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예수님은 탁월한 심리학자요 독심가이다.

맹세와 관련하여 예수님이 추천하시는 가장 진정성 있고 정직한 단어는 오직 두 단어다. ‘예’ 아니면 ‘아니오’. 오직 두 단어만 쓰고, 이 외에는 모두 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꾸밈이나 첨가가 없고 단순한 언어이자 자명한 단어를 쓸 것을 권하신다. 자명하게 사고하고 분명하게 표현하라. 이것이면 이것이라 말하고, 저것이면 저것이라 말하라. 예수를 믿으면 믿는다고 말하고, 믿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고 말하라.

사실 말이란 아주 가볍고 사사로운 것 같지만, 기독교 신앙에서는 말이란 것은 영원 속에 남는다는 사상이 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내뱉는 모든 말들은 영원한 우주 속에 떠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수기에서 하나님은 내 귀에 들린대로 너희에게 응답할 것이라고 말씀한다(민 14:28). 하나님 앞에 하는 우리의 모든 말은 하나님의 귀에 저장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말이란 내뱉으면 그만이고 지나가면 그뿐이라고 여기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악한 것임을 일깨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