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의 기원
우리가 예수님의 가장 실제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자료는 복음서다. 4권의복음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먼저 30년 정도의 예수님 시대가 있다. 그중에 3년 정도의 공생애가 중요하다. 예수님 승천 후, 그때부터 이스라엘 땅에는 예수님의 어록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록이란 예수님이 하신 단편적인 말씀들이다. 이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이를 구두전승이라고 한다. “예수님이 산에서 무슨 말씀을 했다더라”,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더라“ 등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회자된다. 그것들을 모아놓은 게 어록이다. 그 다음 등장한 것이 바울의 편지들이다. 신약성서를 보면, 복음서가 앞에 있고 바울의 편지들이 뒤에 있으니까 오해하기 쉬운데, 사실은 바울의 편지들이 복음서들보다 먼저 쓰여졌다.
이때가 대략 AD 48~68년 즈음이다. 그런데 바울의 편지도 자세히 뜯어보면 예수님에 대한 정보가 아주 빈약하다. 바울은 사실 이 땅에서 예수님을 직접 만나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을 뿐이다. 바울의 편지는 대부분 자신이 세운교회 교인들에게 이
것저것 가르치고 당부한 말씀들이다. 그래서 바울의 편지들 속에서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
바울에게 예수님은 오직 하나님의 아들,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 승천하시고 다시오실 주님이다. 바울에게는 이 땅에서 사셨던 예수님에 대한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가 없다. 기껏해야 베드로에게 들었던 최후의 만찬에서 있었던 성찬식 이야기 정도다. 그러니까 바울의 편지만 가지고는 구체적으로 예수님이 어떻게 사셨는지 알기 어렵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떤 집안인지, 어렸을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3년 동안 무슨 일을 하셨는지, 죽으실 때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부활의 주라고 하는데 어떻게 부활하셨는지 등등 너무 너무 궁금한 게 많다. 그러나 어록이나 바울의 편지만으로는 예수님의 모습을 그려낼 방법이 없다. 한 마디로 이야기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러던 중 예수님 떠나신 후 40년 후, 즉 AD 70년대가 오면서 초대교회는 큰 위기를 겪기 시작한다. AD 70년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예루살렘 성전이 세 번째 무너지는 해이고, 3년 후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BC 586년 솔로몬 성전이 무너지고, 느헤미야와 에스라가 다시 지은 스룹바벨 성전도 무너지고, 헤롯 대왕이 40년 넘게 정성스럽게 지은 세 번째 성전조차도 AD 70년 로마 장군 티투스에 의해 파괴된다. 이 성전이 바로 예수님 살아계실 때 비판하신 성전이다. 헤롯 대왕이 유대인의 환심을 사려고 지은 성전인데 허무하게 완전히 없어진다.
이때부터 초대교회는 긴장하기 시작한다. 특히 최초의 교회인 예루살렘 교회는 예수님 돌아가신 지 40년이 되어도 기껏해야 어록만 돌아다니고, 바울의 편지는 추상적이기만 하고 사람들은 예수님에 대한 기억이 점점 흐려만 간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제자들 사이에 들기 시작하면서 예수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 첫 이야기가 베드로의 수행비서 마가가 쓴 마가복음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