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이름의 역사 2 : 여호와 하나님
갈릴리 예수산책 예수와 아버지 4
하나님 이름의 역사 2 : 여호와 하나님
시내산 기슭 떨기나무 앞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신 하나님께서 밝히신 자기 이름 여호와, 무슨 뜻일까? 성경은 이 뜻을 ”스스로 있는 자(I am that I am.)“로 번역했다. 여호와 혹은 야훼라는 말은 기가 막힌 표현이다. 어떠한 의미 설명이나 서술도 용납하지 않는 이름이다. 누군가에 의해 피조되지도 않고 영향 받지도 않는, 그야말로 스스로 존재하는 이름이다. 그래서 “나는 나다”라고도 번역한다. 지극히 존재적 이름이다. 그러나 동시에 야훼는 “나는 내가 행할 바를 행하는 자다”라는 행동하시는 하나님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이름을 가진 사물들의 세계에 종속된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이름을 갖지 않으심으로써 이 세계에 속한 분이 아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여호와라는 이름을 가르쳐 주셨고 스스로 종속되셨다. 그러나 여호와라는 이름 자체는 그 어떤 것에도 얽매여 있지 않다. “나는 나다.” 그것이 전부다.
엘과 같이 여기에 형용사를 붙이면 이스라엘 사람들이 삶의 현장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이름들이 등장하게 된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는 모리아산에서 이삭 대신 수풀에 있는 양을 바치면서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했다 하여 ‘여호와 이레’라 했다(창 22장).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하여 3개월 만에 르비딤이라는 곳에서 아말렉과의 첫 전투를 치르면서 하나님이 승리를 주셨다 하여 ‘여호와 닛시’라 했다(출 17장). 이 외에도 여호와는 우리를 치유하시는 분이라 하여 ‘여호와 라파’라 불렀고, 여호와는 평화를 주시는 분이라 하여 ‘여호와 샬롬’이라 불렀으며, 여호와는 거룩하시다 하여 ‘여호와 카도쉬’라 불렀고, 여호와는 우리의 목자가 되신다 하여 “여호와 로이‘라 고백했다.
그러나 구약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불렀던 이름은 ’여호와 츠바오트‘이다. 특히 시편과 예언서에 많이 등장하는데 대략 280회 정도 된다. 이 이름은 우주 삼라만상을 다스리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여기서 ’츠바오트‘는 천사가 속한 영계를 포함하여 모든 피조계의 우주 만물을 뜻함과 동시에 이스라엘 군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여호와 츠바오트는 만물을 다스리시는 여호와는 또한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시는 여호와라는 뜻이다. 이 이름은 주변 이방 세계의 자연종교의 우상들을 무력화하시는 유일한 신이며, 창조주이며, 역사를 통치하시는 왕권을 가진 신이다. 이처럼 엄청난 능력의 하나님이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개역개정판 성경에서는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로 번역해 놓았다.
이 이름은 구약의 하나님을 군대의 하나님, 편협한 민족적 수호신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비판의 빌미가 되는 이름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역사가 워낙 많은 전쟁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츠바오트의 원래 의미는 싸우시는 하나님보다 삼라만상을 다스리는 하나님이다. 더구나 이 이름을 가장 많이 부른 사람들은 다름 아닌 예언자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편협한 민족주의나 선민의식을 깨고 하나님의 보편성을 강조했던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호와 츠바오트‘는 주변 이방 족속들과 거대한 제국들과 끊임없는 전쟁의 현실을 매일같이 살아야 하고, 주변 이방 족속들의 자연종교와 우상문화들과 싸워야 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가장 절실한 이름이자 가장 강력한 능력의 이름이다. 그리고 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이스라엘 공동체는 자신들이 곧 하나님의 군대요, 하나님의 택하신 백성이라는 자의식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