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좌파일까 우파일까
갈릴리예수산책 – 예수와 정치
예수님은 좌파일까 우파일까
이 질문은 우리가 예수님께 가장 궁금한 부분이다. 예수님께는 무의미한 것이겠지만, 우리에게는 흥미로운 주제다. 성경은 율법이나 계명을 놓고 따를 때 좌우로 치우치지 말 것을 항상 강조한다. 물론 이 말씀은 좌우 정치 이념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씀임에는 틀림없다.
일반적으로 좌파는 진보이고 우파는 보수를 대변한다. 보수의 대표적 가치는 자유이고, 진보는 평등이다. 우파는 능력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살며 능력 없는 사람에게 베풀며 사는 세상을 추구한다. 좌파는 더불어 잘사는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 보수는 성장을 강조하고, 진보는 분배를 중시한다. 진보는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고, 보수는 이민자들을 돌려보낼 것을 요구한다. 진보는 변화하는 현재의 시대에 주목하고, 보수는 과거의 좋은 전통을 지키고 싶어 한다. 보수는 민족주의적이고, 진보는 국제주의적이다.
예수님은 보수적인 분일까, 진보적인 분일까? 예수님은 구약의 영성 전통을 철저히 지켜내신 면에서 매우 보수적이시다. 새벽에 기도하고, 한 밤 중이라도 산에 홀로 올라가셔서 하나님과 깊은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심지어 변화산에서는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는 신비한 체험까지 하신다. 모세율법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이를 파괴하러 온 분이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예수님은 율법의 일점일획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매우 보수적이셨다.
그러나 예수님의 행보를 보면 매우 파격적이셨다. 사회에서 배제된 가난한 자들을 일부러 찾아가셨고, 여성들을 존중하셨고, 창녀와 세리와 죄인들을 가까이 하셨다. 심지어 그들의 편을 드셨다. 가부장 시대에 여성의 편을 드셨다는 것, 성차별 시대에 매춘부를 받아주셨다는 것, 식민지 상황에서 매국노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는 것, 선민의식으로 찌들어 있는 유대인들에게 이방인을 만난다는 것은 매우 진보적 행보다. 예수님이 오늘 대한민국에 오신다면 이민자들과 다문화 가정들에게 잘하라고 하실 것이다.
예수님의 비유를 보면 좌우가 모두 보인다. 아침 9시에 들어온 품꾼과 저녁 5시에 들어온 품꾼에게 똑같이 1데나리온 주는 주인의 행동이 맞다고 하신 포도원 품꾼 비유에서 예수님은 분배주의자, 평등주의자의 모습을 보이신다. 좌파적 이미지다. 그러나 주인이 능력에 따라 5달란트, 2달란트, 1달란트로 차별하여 주었다는 달란트 비유에서 예수님은 자유시장주의자, 능력주의자, 심지어 경쟁주의자로 보인다. 우파적 이미지다.
예수님은 좌파인가 우파인가? 보수적인가 진보적인가? 답은 간단하다. 예수님은 좌파이자 우파이며, 보수적이자 진보적이다. 좌우로 치우치지 말라는 말씀처럼, 예수님은 차별없는 세상(평등)과 자유로운 세상(자유) 모두를 긍정하신다. 차별없는 분배와 개인의 능력차 모두를 인정하신다. 종교적으로 보수적이시면서도 인간에 대한 사랑에 있어서는 진보적이시다. 마치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가 정치적으로는 왕당파를 지지하는 보수당원이었지만,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도왔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까? 한 사람의 생각과 행위를 정치적인 좌우 이념으로 재단하는 것은 폭력일 수 있다. 예수님처럼 좌우의 좋은 가치를 모두 품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건강한 독수리는 두 날개로 하늘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