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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성 : “귓속말로 듣는 것을 집 위에서 전파하라”

공개성 : “귓속말로 듣는 것을 집 위에서 전파하라”

 

예수님의 언어철학 세 번째 특징은 공개성이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공개적이다. 언어가 마음속에 있을 때는 드넓은 하늘 위에서 자유롭게 방황하지만, 입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그 언어는 땅의 질서 안에 자리잡는다. 돌이킬 수 없는 기록으로 남는다. 이것이 언어의 공개성이다. 언어가 공개성을 갖는다는 것은 그 말을 듣는 사람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인정되고 확정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시인할 것이요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부인하리라(마 10:32~33).”

 

여기서 시인이란 말로 인정한다는 뜻이고, 부인이란 말로 부정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시인이나 부인 모두 다른 사람 앞에서 입으로 하는 행위다. 이를 사회적 언어 행위라 한다. 여기서 예수님은 영적인 언어 행위를 덧붙이신다. 사람 앞에서 내뱉는 모든 언어 행위는 곧 하나님 앞에 행한 언어 행위라는 것이다.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예수님을 시인했다면, 그것은 곧 하나님 앞에서 시인한 것이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귀에다 하는 말은 곧 하나님의 귀에다 하는 말이다. 민수기 14장에 보면 광야에서 원망하는 백성들을 향해 하신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내 삶을 두고 맹세하노라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라(민 14:26~28).” 너희는 광야 생활의 어려움을 푸념처럼 늘어놓았고, 모세에게 원망했는데, 그 모든 언어는 다 내 귀에 그대로 들린다는 것이다. 사회적 언어는 곧 영의 언어고, 땅의 언어는 곧 하늘의 언어다. 언어는 땅과 하늘을 이어줄 뿐만 아니라, 두 세계 모두에게 받아들여진다. 공개적이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의 이런 언어의 공개성과 맥을 같이 하는 말을 한다.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롬 10:9~10).” 여기서도 바울은 입으로 공개적으로 사람 앞에서 하는 말이 구원에 이르는 조건임을 강조한다. 바울은 ‘마음’과 ‘말’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본질이라고 보고 있다. 구원이란 마음으로만 믿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입으로 시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마음은 ‘숨겨진’ 세계다. 그러나 말이란 ‘드러난’ 세계다. 바울의 논리에 따르면, 사람의 믿음이 마음의 세계에서 은밀히 생겨났다면, 그것은 말의 세계에서 드러나야 한다.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교회 앞에서 고백하는 언어가 공개성이다. 이 언어는 공개적이므로 돌이킬 수 없다. 책임과 영원이 담긴 언어다. 사람들 앞에서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겠다고 한 선언은 무겁고 영원하다. 그래서 세례는 평생 한 번만 받는 것이다.

 

예수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신다.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서 이르는 것을 광명한 데서 말하며 너희가 귓속말로 듣는 것을 집 위에서 전파하라(마 10:27)” 예수님이 제자들을 가르치실 때는 은밀하게 말씀하셨다. 진리를 깨닫는 과정은 조용하고 비밀스럽다. 숨겨져 있어야 한다. 예수님은 이를 귓속말이라고 표현하셨다. 그러나 일단 진리를 깨닫고 확신한 다음에는 집 위에서 전파하라고 하신다. 은밀성과 공개성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잘 알려주는 말씀이다. 진리를 모를 때는 은밀히 배워야 하고, 진리를 깨달은 후에는 공개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그것은 언어로 나타난다. 누구에게 말해도 거리낄 것이 없어야 한다. 예수님은 자신이 확신하고 있는 하나님 나라를 그 누구에게도 거리낄 것 없이 공개적으로 말씀하셨다. 언어의 공개성은 영혼이 맑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언어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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