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나움의 제자들과 베드로의 부르심
가버나움의 제자들과 베드로의 부르심
12명의 제자 중에 형제 그룹이 셋 있다. 먼저 베드로-안드레 형제, 야고보-요한 형제, 그리고 또 다른 야고보가 있는데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다. 작은 야고보라고도 하는데, 이른바 야고보-다대오 유다 형제다. 첫 번째 형제 그룹인 베드로와 안드레, 야고보와 요한은 갈릴리호수 북부지역 가버나움 동네의 어부들이다. 어떻게 보면 고기잡이 동업자들이다. 마태복음을 보면, 이 네 친구들이 같이 배를 타다가 야고보와 요한의 아버지 세베대와 함께 다섯 명이 고기를 잡고 그물을 씻던 중 예수님이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고 하시면서 부르자 아버지를 버려두고 따르는 장면이 나온다. 아주 기계적으로 따른 것처럼 기록한다.
그러나 누가복음 5장을 보면 베드로가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데 상당한 갈등의 시간과 드라마 같은 반전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기록은 한 줄 짜리로 간단히 되어 있지만, 행간에는 아주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들이 있었음을 읽어낼 수 있다. 나를 따르라고 하시니까 그냥 탁 따랐을까? 결혼한 베드로는 처자식에다 장모를 모시고 있었고,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와 생업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예수님 말씀 한 마디에 훌쩍 집을 떠났을까? 그 진한 갈등을 보여준 곳이 바로 누가복음 5장이다. 베드로의 아버지는 요한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베드로를 요한의 아들 시몬이라고 불렀다. 시몬은 히브리식 이름이고, 베드로는 아람어로 돌 혹은 반석이란 뜻이다.
예수님이 무리를 상대로 말씀을 전하시다 보니 바닷가를 주로 사용하셨다. 그러다가 사람들 앞에서 말할 무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배를 빌려서 배를 약간 띄우게 하고 해변가에 앉은 사람들을 향해 설교를 하셨다. 여기서 잠깐 빌린 배가 베드로와 안드레, 야고보와 요한이 같이 쓰는 그 배였다. 가르침이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간 후, 미안하셨는지 예수님은 베드로와 그 친구들에게 지난 밤에 고기 얼마나 잡았냐고 물어보신다. 얼마 못 잡았다고 하자 그럼 다시 가서 좀 더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지라고 하신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았지만 말씀에 은혜도 받았고 해서 무심코 던진 그물에 엄청난 고기가 잡힌다.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말이다.
바로 그 때, 다른 친구들은 대박이라고 소리치며 환호할 때, 베드로는 무릎을 꿇고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깨닫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자신은 죄인이라고 고백하며 자신을 떠나주실 것을 간구한다. 베드로의 첫 번째 신(神) 인식이자 하나님 체험 사건이다. 흔히 베드로를 좌충우돌 잘난쟁이 변덕스런 제자로 희화화하지만, 사실 그는 탁월한 영적 명민함을 가진 제자였다. 일상의 기적에서 예수를 하나님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예수님과 자신 사이에 갈등도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요한복음을 보면, 예수님이 베드로를 부르는 이야기가 또 다르다. 예수님을 먼저 만난 건 동생 안드레다. 안드레는 원래 세례요한의 제자였다. 스승인 세례요한은 안드레를 예수님께 소개하고 보낸다. 안드레는 천성이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교제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예수님과 한 나절을 같이 지낸다. 그리고는 형인 베드로를 예수님께 데리고 간다. 그리고 빌립이 여기에 붙는다. 빌립은 다시 동네 친구 나다나엘에게 예수님을 소개하고 만나게 해준다. 성경에 보면, 바돌로매라고도 부르고 있다. 이렇게 초기에 안드레와 베드로, 야고보와 요한, 그리고 빌립과 그의 친구 나다나엘이 합류하면서 6명이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훗날 형 베드로는 서방 로마가톨릭교회의 첫 수장이 되었고, 동생 안드레는 동방 그리스정교회의 첫 수장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 형제를 보면, 형은 제자들 중에서 가장 먼저 순교한 반면, 동생은 요한복음과 요한1,2,3서, 요한계시록까지 쓰고 가장 오래 살다가 자연사한 유일한 제자로 남았다. 한 부모의 배에서 나온 형제들이지만 그들의 운명은 각자 주어진 하나님의 뜻에 따라 달리 살다 갔다.